짧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글로 장면을 설명하거나 사진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움직이는 영상을 만들어주는 도구가 등장하면서다. 촬영 장비와 장소, 출연자를 준비하기 어려웠던 개인과 소규모 사업자도 영상 제작을 시도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앞선 연재에서 숏폼의 수익 배분과 영상의 상품화 구조를 살펴봤다면, 이제는 제작 방식의 변화를 들여다볼 차례다. AI는 영상 제작의 어떤 문턱을 낮추고 있으며, 제작자가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변화는 숏폼을 유통하는 플랫폼 안에서도 확인된다. 유튜브는 2025년 2월 영상 생성 모델 ‘비오 2’를 활용해 쇼츠에 넣을 배경과 개별 영상 클립을 만드는 기능을 발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소리를 포함한 배경이나 영상 클립을 만들 수 있도록 ‘비오 3 패스트’의 쇼츠 통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제작한 영상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플랫폼 안에서 필요한 장면을 생성하는 방향으로 제작 기능이 확장된 것이다.
전문 제작 도구도 비슷한 변화를 보여준다. 어도비의 파이어플라이는 텍스트 설명으로 영상 클립을 생성하거나 이미지를 바탕으로 영상을 만드는 기능을 제공한다. 제작자는 원하는 장면을 글로 설명하고, 준비한 이미지를 영상의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이 낮추는 문턱은 우선 ‘첫 장면을 확보하는 부담’이다. 기존에는 원하는 장면을 직접 촬영하거나 적절한 영상 자료를 찾아야 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화면 구성을 시험하거나, 설명에 필요한 보조 장면을 만들어보는 접근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모든 제작 여건을 갖추지 않아도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장면 하나가 생성됐다고 해서 게시할 영상 한 편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정하고, 장면의 순서를 구성하며, 자막과 설명을 붙이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는 작업이 남는다. AI가 만든 화면이 기획 의도와 맞는지 판단하는 일도 제작자의 몫이다.
예를 들어 소규모 식품 판매자가 신제품 소개 영상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실제 제품 사진에 AI로 만든 배경이나 분위기 장면을 결합해 여러 구성을 시험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자가 확인해야 할 포장, 내용물, 용량, 섭취 방법 등은 실제 상품 정보와 일치해야 한다. 보기 좋은 장면을 만드는 것과 상품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서로 다른 과제다.
따라서 AI 활용의 효과는 영상 전체를 자동으로 만드는 데서만 찾을 필요가 없다. 실제 촬영이 필요한 부분과 생성한 장면으로 보완할 부분을 나누는 방식도 가능하다. 제품의 실제 모습은 촬영으로 보여주고, 도입부나 배경 장면은 AI로 구성하는 식이다. 이 경우 제작자는 도구 사용법뿐 아니라 각 장면의 목적과 정보의 성격까지 판단해야 한다.
비용 역시 생성 버튼을 누르는 순간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서비스 이용료에 더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반복 생성, 결과물 선별, 편집과 검수에 들어가는 시간을 함께 살펴야 한다. 일부 촬영을 줄이더라도 수정 작업이 늘어난다면 전체 제작비의 감소 폭은 달라질 수 있다. AI 도입만으로 제작 시간이나 비용이 일정 비율 줄어든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진입장벽이 낮아진다는 의미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영상을 처음 만들어보는 데 필요한 기술적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시청자가 끝까지 볼 만한 내용을 구성하고 고객이 원하는 결과물을 납품하는 역량까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제작 도구에 접근하기 쉬워질수록 주제 선정과 설명의 정확성, 이야기 구성에서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의 수익화 기준도 이러한 구분을 요구한다. 유튜브는 반복적이거나 대량 생산된 콘텐츠가 수익화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 반면 AI 도구를 활용하더라도 창작자의 독창적인 관점과 교육적·오락적 가치가 담긴 콘텐츠는 허용 사례로 제시한다. AI 사용 여부만으로 수익화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완성된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실적인 생성 영상에는 공개 기준도 적용된다. 유튜브는 실제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실제 장면처럼 만드는 경우 등에는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도록 요구한다. 동시에 AI 사용 사실을 공개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익화 자격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제작자는 영상의 완성도와 함께 시청자가 이를 실제 기록으로 오인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AI 영상 도구의 확산은 개인과 소규모 사업자가 숏폼 제작을 시작할 기회를 넓히고 있다. 다만 공식 기능 안내만으로 누구나 제작비를 크게 줄이거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실제 효과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얼마나 수정하며,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영상 제작의 문턱은 낮아지고 있지만 기획과 검수의 중요성은 여전히 크다. 원하는 화면을 생성하는 능력에 더해 필요한 장면을 고르고,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며, 시청할 이유를 만드는 역량이 필요하다. AI가 제작의 출발점을 넓혀주는 만큼, 완성된 영상의 가치는 제작자의 판단에서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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